서울의 정보·문화 균형발전을 앞당길 5개 권역별 시립도서관 건립계획이 구체화됐다. 서울시는 총 3,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서남권 2개소, 동북권·동남권·서북권에 각 1개소를 '25년까지 단계적으로 건립한다고 밝혔다.
현재 유일한 시립도서관인 ‘서울도서관’이 본관이라면 새로 건립될 5개 권역별 시립도서관은 서울시 도서관 네트워크의 대동맥에 해당하는 분관 역할을 수행한다. 생활밀착형 공공도서관 인프라의 실핏줄 역할을 할 구립도서관과 작은도서관도 새롭게 확충, '25년 각각 216개, 1,200개관까지 늘린다. 이렇게 되면 서울의 도서관 네트워크는 현재 1,178개관에서 1,444개관으로 더 촘촘하게 완성돼 시민 누구나 집 가까운 곳에서 양질의 정보와 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지역별 정보·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고른 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역균형발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대상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내 도서관 수와 규모, 접근 편의성, 문화·공공시설과의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5개 권역별 시립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읽는 ‘공부방’이 아닌, 책을 매개로 지역 주민들이 만나고 토론하고 전시·공연을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창작·연구공간, 사랑방 역할을 부여해 도서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각 도서관은 지역의 특성과 수요를 반영해 체코 ‘자연과학도서관’, 뉴욕 ‘과학·산업·비즈니스 도서관’ 같은 특화 전문도서관으로 건립된다. 예컨대, 서남권은 서울식물원과 다수의 근린·생태공원이 입지한 특성을 살려 체험·교육 중심의 ‘과학·환경 도서관’이 조성된다. 디지털미디어 관련 기업과 주요 방송사가 밀집한 서북권에는 디지털기술의 집약소와 같은 ‘디지털·미디어 도서관’이 들어선다. 전국 최다 대학이 밀집한 동북권은 ‘평생학습 중심 도서관’이 건립된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권역별 시립도서관 건립 대상지와 구체적인 계획을 13일 발표, 서울의 도서관 인프라를 혁신적으로 개선·확충하고 공공도서관의 질적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작년 5월 발표한 ‘도서관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의 핵심사업에 해당한다.
서울에 있는 총 1,178개 도서관 가운데 서울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 같이 도심에 있는 주요 도서관을 제외하면 대다수는 소규모 도서관이다. 이런 규모의 한계로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서는 전문서적을 구하기 어렵거나 강의·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도서관 인프라는 주요 OECD 국가에 비해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서울의 공공도서관당 서비스 인구는 56,449명으로, 미국의 1.6배, 영국의 4배 수준이다. 특히 서남권, 서남권, 동북권은 서울시 평균보다도 높아 지역 간 편차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남권 2곳, 동북·동남·서북 각 1곳… 대상지 특성 반영해 주제별 전문·특화 도서관으로’
첫째, 5개 권역별로 건립될 시립도서관은 ①동북권 ‘인문·사회과학 도서관’ ②서북권 ‘디지털·미디어 도서관’ ③서남권 ‘과학·환경 도서관’ ④서남권 ‘창업·비지니스 도서관’ ⑤동남권 ‘공연·예술 도서관’이다.
도심권은 타 권역에 비해 문화 인프라가 갖춰진 만큼, 분관을 건립하는 대신 기존 ‘서울도서관’이 권역 도서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서남권의 경우 타 권역에 비해 지리적 범위가 넓어 2개 관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건립 대상지는 25개 자치구에 수요조사를 실시, 17개 자치구 희망 대상지와 서울도서관이 자체 발굴한 대상지를 포함해 총 25개소를 심사해 결정됐다.
① 동북권 ‘인문·사회과학 도서관’ : 동북권의 인구는 약 326만명으로 다른 권역에 비해 문화시설이 부족하지만 전국 최대 대학과 인적자원을 보유한 지역의 강점을 살려 교육·문화·사회과학을 주제로 하는 분관으로 조성한다. 대학출판물과 연구서적을 주요 장서로 하고, 대학과 연계한 인문독서교육과 평생학습 같은 특화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에 선정된 대상지는 현재 도봉 청소년독서실로 사용되고 있는 부지로 방학역과 가깝고 주요 노선 15개가 지나는 버스정류장 위치해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② 서북권 ‘디지털·미디어 도서관’ : 서북권은 디지털미디어 관련 기업체와 주요 언론사가 밀집해 있고 ‘디지털미디어시티’가 위치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창의·창작문화 지원을 위한 도서관으로 조성한다. 다양한 멀티미디어와 전자자료를 주요 장서로 하고, 영상·미디어 창작공간도 마련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을 제공한다. 건립 선정지는 서대문구 중심부 근린공원 내 부지로 주변 지역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지속적인 인구증가가 예상되는 곳이다.
③ 서남권 ‘과학·환경 도서관’ : ‘2030 서울생활권 계획’에 따르면 인구 약 318만 명이 분포하는 이 권역은 서울시에서 문화시설이 가장 부족한 권역으로서 서울식물원과 다수의 근린·생태공원이 입지한 주변 환경과 연계해 생태·환경·과학 중심의 ‘과학·환경 도서관’으로 조성한다.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생태 체험·교육이 진행되고, AI와 로봇 같은 4차산업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된다. 선정지는 주변에 문화시설이 부족한 SH공사 소유 나대지로, 사전절차 이행 즉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④ 서남권 ‘창업·비즈니스 도서관’ : 서남권은 청년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창업·비즈니스 도서관’을 건립해 취·창업 청년을 위한 무료상담과 직업정보 제공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선정지는 구)금천경찰서 부지로 서울시 소유 부지로 서남권역 중심부에 위치하였으나, 문화시설 부족지역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대상지로 선정됐다.
⑤ 동남권 ‘공연·예술 도서관’ : 잠실종합운동장 등 대중문화와 한류를 대표하는 복합문화예술시설이 입지한 지역의 특성을 살려 시민예술가 활동공간을 조성하고, 한류 디지털 아카이브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대규모 개발이 진행 중인 송파구 위례택지지구 내 건립 예정이다. 신도시 초기 문화·공공시설 부족현상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모든 시민들이 집에서 도보 10분 거리 이내에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25년까지 1,252억 원을 투입해 구립도서관 66개관을 추가 건립한다. 공공 건립의 작은 도서관도 1,005개에서 1,200개까지 확충한다. 시설이 낙후된 기존 도서관 70개소는 35억 원을 투입해 시민 친화형 특화공간으로 조성한다.
‘하나의 앱으로 모든 공공도서관 이용 ‘모바일도서관’ 개발 이용문턱 낮춘다’
마지막으로, 도서관 서비스도 혁신한다. 하나의 앱으로 시립·구립·교육청 도서관 자료를 검색·대출하는 ‘모바일 도서관’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하고 25개 자치구별 1개 공공도서관을 ‘정보취약계층 지원센터’로 운영하는 등 도서관 이용 문턱을 낮추고, 생애주기별 맞춤 프로그램도 본격화한다.
모바일 도서관 ‘언제나 서울’ : 현재 도서관별로 제각각 운영되고 있는 홈페이지와 앱을 통합해 하나의 앱으로 자료검색부터 전자책 대출, 문화프로그램 정보 확인까지 가능해진다.
장서 확충: ’18년 기준 시민 1인당 1.43권이었던 장서수도 ’25년 이후 1인당 2.4권으로 늘려 시민의 도서관 장서 확충에 대한 욕구를 선진국 수준으로 충족할 전망이다.
북스타트 사업 : 서울에서 태어나는 모든 출생자에게 그림책과 가방, 손수건 등이 든 ‘북스타트 꾸러미’를 선물한다. 육아·여성·가족 정책 정보 서비스를 통해 사회적 육아를 지원해 첫 탄생부터 도서관과 친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취지다.
성인 및 노인 프로그램 : 50 α 세대를 대상으로 치매예방 및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어르신 이야기책’ 활동, 북스타트 책놀이 활동가, 방과후 매니저 등 사회적 활동의 지원으로 세대 간 소통을 돕는 고령화 시대 맞춤형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식문화 취약계층 지원사업 : 도서관 이용과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외국인, 노인 등을 위해 권역별 도서관과 자치구 공공도서관 각 1관을 ‘정보취약계층 지원센터’로 운영한다. 장애인복지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남북하나재단, 지역자활센터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발굴한다.
박원순 시장은 “새롭게 건립될 권역별 시립도서관은 정보·문화 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서울의 핵심 도서관 인프라에 해당한다”며 “서울도서관과 권역별 시립도서관으로 연결되는 공공도서관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완성해 서울 전역 어디서나,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책과 토론을 통해 정보를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시민문화 활동의 장으로 운영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