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자들이 그토록 관심을 가져온 주요 학술지 인덱스에 큰 변화가 생겼다.
2020년 1월 3일을 기점으로 오랫동안 공고하게 군림했던 주요 인덱스인 SCI (Science Citation Index, 과학 인용 색인)와 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 (SCIE, 과학 인용 색인 확장)가 통합되어 SCIE로만 서비스되기 시작하였다. (출처: Clarivate Analytics)
Clarivate Analytics는 28가지 선정 기준을 한 세트로 활용하여 저널의 품질(Quality, 24개 질적 평가 기준)과 영향력(Influence, 4가지 영향력 평가 기준)을 평가하여 학술지의 인덱스 포함 여부를 발표하여 왔다.
국내의 대학이나 연구기관은 그동안 SCI 인덱스와 SCIE 인덱스를 구분하고, 등급화 혹은 서열화하여 소속 교원이나 연구원의 연구 실적을 평가해 왔다. 이러한 인식이 잘 못된 것임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대학이나 연구기관은 이러한 왜곡 현상을 애써 무시하여 왔다.
사실 그동안 Clarivate Analytics는 일관되게 SCI 인덱스와 SCIE 인덱스가 같은 수준이라고 공지하여 왔다. 두 인덱스를 선정하기 위한 기준은 완전히 동일하며, 유일한 차이점은 저장소의 구분인데, SCI는 CD/DVD로 제공되고 SCIE는 온라인으로 제공된다는 것이었다.
이제 국내 연구 생태계는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SCI/SSCI/AHCI – SCIE 혹은 SCOPUS – ESCI 등과 같은 등급 체계로 학술지를 서열화하고, 이에 따라 실적을 구분하는 체계를 유지하여 왔다 (SSCI는 Social Sciences Citation Index – 사회 과학 인용 색인, AHCI는 Arts & Humanities Citation Index – 예술 및 인문 인용 색인 등을 의미함). 하지만 Clarivate Analytics는 이번 통합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체계로 구성됨을 함께 발표하였다.
- 주제 구분 없이 학술지 품질 기준을 만족하는 저널을 Emerging Sources Citation Index (ESCI)에 선정
- 추가적으로 저널의 영향력 기준까지 충족한 경우 주제 분류에 따라 SCIE, SSCI 혹은 AHCI로 선정
이렇게 단순화된 체계는, 한국연구재단이 운용하는 ‘등재후보학술지 – 등재학술지’라는 체계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한국연구재단이 얼마 전부터 우수등재학술지를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극소수의 학술지만 예외적으로 선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장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고민하여야 하는 것은 SCI 인덱스와 SCIE 인덱스 구분의 철폐이다. 아직도 국내 대학에서 교수를 임용할 때, 두 인덱스를 구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는 시급히 사라져야 한다.
다음으로 고민하여야 하는 것은 SCOPUS 인덱스이다. 과거에는 SCIE 인덱스와 동일한 등급으로 하여 SCI 인덱스 아래 등급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그러한 구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남 소재 A 대학의 B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굳이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등급을 고민해 본다면,
- 등재후보학술지, ESCI 등 기본 기준 충족 학술지
- 등재학술지, SCOPUS, SCIE, SSCI, AHCI 등 영향력 기준 충족 학술지
등의 구분이 가능할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경기도 소재 C 대학의 D 교수는 “그동안 공학 분야는 SCI 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는데, 기본적으로 SCI가 ‘과학 인용 색인’으로서 과학 분야의 학술지들이 주류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CI 인덱스에 속하는 과학 분야 학술지가 10종이라면, 공학 분야 학술지는 1~2종 정도이므로, 논문을 게재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적었다”며, “중국은 공학 분야의 차별을 어느 정도 해결하기 위해 Engineering Index (EI), 즉 ‘공학 색인’도 실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통합된 SCIE 인덱스와 다양한 공학분야 학술지가 포함되어 있는 SCOPUS 인덱스가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된다면, 공학 분야 연구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차별 해소에 대한 희망을 보이기도 하였다.
충남 소재 G 대학의 H 교수는 “어차피 SCIE 인덱스나 SCOPUS 인덱스는 모두 외국의 사설 업체들이 관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는 학술지 등재 제도가 있으므로, 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교수들은 미국이나 영국 등 대부분 선진 국가 대학 혹은 연구기관은 SCIE 인덱스 등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보유한 학술지 평가 제도를 발전시키고 세계적인 수준이 되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